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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4일 목요일

거짓말(1999)

 

감독 장선우│출연 김태연, 이상현

 

항상 칠판에 점을 하나 찍어놓고 1시간을 그냥 보내시던

ROTC출신의 비범한 우리 과학선생님.

역시 사람보는 눈 또한 범상치 않으셨기에 나를 매우 총애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시절이 저물어가던 어느 겨울 날,

나에게 조승우의 데뷔작 춘향뎐을 빌려오라는 지령을 내리셨다.

하지만 난 이 차갑고 건조한 겨울 친구들에게 뜨거운 영화 한편 선사해 주자 싶어 춘향뎐과 겉 색은 비슷한 장선우 감독의 문제작 거짓말을 잘 아는 비디오집 아저씨께 빌려왔다.

역시 우리 선생님 나를 믿고 교실을 비우셨고, 나는 친구들과 교실 창문을 신문지로 밀봉하고 엄청나게 큰 교육용 텔레비전으로 영화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아직도 미스테리인 우리반 학우들은 어떻게 학생이 저런 영화를 볼 수 있냐며 나를 진심으로 질책하기 시작했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뒷자리로 몰려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러거나 말거나 난 소수의 친구들과 끝까지 감상을 마치고 학교에 비디오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 그런데 이제보니 영화의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렁이와 합세하여 언제 거짓말을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보겠냐며 서로 다독거리며 충무로로 또 보러갔다. 아 8년만인가

국내 최초 무삭제 일반관객 상영이라는 벅차오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내용이 마치 처음 본 영화처럼 너무도 생소해 달파란의 그토록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난 잠이 들어 버렸다. 깨어보니 고등학생 김태연은 온데간데 없고 곡괭이를 들고 브라질에 간다며 화면을 가득 매운 다 큰 김태연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10년 뒤에 30대가 되면 졸지말고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아직까지 장정일은 또라이같다라는 생각밖에 잘..

<2008.09.16>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

 

감독 장선우│출연 여균동, 정선경, 문성근, 김부선

 

장희빈이 되기 전까지 정선경은 엉덩이가 예쁜 여자였다.

이런저런 쇼프로에 매우 짧거나 무척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입술보다 1.5배는 두텁게 립스틱을 바르고 나와 해맑게 웃던 그녀가 이상하리만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녀앞에 다른 부위도 아닌 엉덩이가 예쁜여자라는 수식어가 붙게된 경위를 난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 당시, 지금의 나보다 더 어렸던 정선경(바지)이 세계적인 엉덩이로 대스타가 되고 표절로 신춘문예에서 탈락한 문성근(나)은 그녀의 가방모찌가 되고 사건25시에서 동네아줌마들 곗돈 떼먹고 도망가는 역할의 1인자 단역아줌마가 일삼는 만원권을 내밀며 천원짜리로 오백원짜리로 백원짜리로 바꿔달라는 변태행위를  군말없이 받아줘야하는 은행창구직원 여균동(은행원)은 자신들의 삶을 출판해 작가로 출세한다. 이 영화 왠지 다시 볼 마음은 전혀 안생기지만 한 번 봐서는 사실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우리와 함께 섞여 보통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당신들 중 누군가도 바지거나 나거나 은행원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멀미도 나고 허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그리고 자꾸만 나이를 먹는 것 같다

<2008.09.16>

경마장 가는 길(1991)

 

감독 장선우│출연 강수연, 문성근, 김보연

 

1993년 나는 3시간짜리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9번에서 해주던 한국영화특선을 놓치지않고 보던 매니아였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였던지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지만  ,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90년대 고속터미널 지하의 우동집같은. 아빠가 물개인형을 사줬던 어느 연안부두의 노점상같은. 커다란 100원짜리 빙빙바 같은 ,

지금도 아른하게 느껴진다.

문성근의 감정상의 문제와 강수연의 이데올로기는 이미 둘째 문제다

그들이 걸어가는 91년의 강남터미널이 내가 보고싶던 바로 그것이다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