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일 화요일

깊고 푸른 밤(1984)

 

감독 배창호│출연 장미희, 안성기, 최민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해도 여리고 여린

칸초같은 사람들

 

상처로 누더기가 되어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상처를 찾아다니는 그런 사람들..

<2007.11.03>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감독 홍상수│출연 이응경, 김의성, 박진성, 조은숙

 

진흙탕 속 같은 일상의 끝에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베란다로 향하는 보경의 모습은

지금 당신이 하루하루 힘겹게 잡고 있는 끈은 무엇이냐는

홍상수감독의 불친절한 질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게 이렇듯 아무것도 아니고 비슷비슷한데

왜 이렇게들 아등바등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2007.10.21>

겨울 나그네(1986)

 

감독 곽지균│출연 안성기, 이미숙, 강석우, 이혜영, 김영애

 

최인호선생님의 소설 만큼이나 훌륭하다는 쏟아지는 찬사에 천프로 공감했으나 이런 영화는 누군가 다시 리메이크 해줘야만 한다고 하는 의견은 씁쓸하지만 불가능해 보인다.

고민이 없는 청춘, 가벼워진 사람들, 기다림의 가슴 시림을 모르는 우리 시대는 공감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포기하고 싶지만 선택해야만 하는 것,

선택하고 싶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눈앞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것들일때의 가슴 사무치는 심정.

그 어쩔수 없음과 결말을 아는 기다림의 비극..

 

눈 앞에서 멀어지는 연인을 놓쳐버리면 빨간 공중전화기를 붙잡고 하루종일 통화신호음만 들어야 했던 그 시절 그 낭만은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      

<2007.10.21>

Psycho(1960)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출연 안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 존 게빈

 

희대의 걸작.

눈으로 보고 머리가 느끼고 심장에 소름이 돋는다.

 

동 제목으로 리메이크 한 구스 반 산트부터 가장 최근의 브라이언 드팔마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감독들의 오마쥬를 받은 이유는

그 어떠한 설명도 필요없이 그저 '영화 자체'로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 때문이 아닐까.

<2007.10.20>

VisitorQ(2000)

 

감독 미이케 다카시│출연 엔도 켄이치, 우치다 슌기쿠, 와타나베 카즈시, 후지코

 

가출한 딸과 원조교재를 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조루라고 놀리는 딸.

아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어머니.

이지메 당하는 아들.

 

VJ인 아버지는 시청률에 눈이 멀어 이지메 당하는 아들을 소재로 이용하려하고 동료에게 쓰레기 취급받자 동료를 성폭행하다가 살인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머리를 돌로 하루에 2번이나 내리 친 인연으로 함께 머무르게 된 비지터Q 덕분에 진정한 모성과 여성성을 발견하게 된 어머니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들에게 식칼을 집어던지고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게 된다.

결국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아들을 이지메하는 친구들을 죽이고 가족은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엄청 과장된 이야기겠지만, 이건 분명 일본의 현주소 일 것이다.

지구의 수명이 다 하기 전에 사람들이 종말을 불러올 것 같아 무섭다.  

 

"왜 이제 왔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2007.10.20>

2010년 2월 1일 월요일

모닝 홍대,

평일 아침 홍대는 낯설었다. 그것도 굉장히 낯설었다.

나와 역주행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저들은 패션이 하나같이 똑같냐며 신기했던게 아니라

해 뜨고 집에가는 건 몹쓸 짓이라는 것을 갑작스레 확인하게 된지라 당황스러웠다.

이래서 종종 첫차를 타봐야하고(물론 집에서 출발하는) 아침 시장에 나가봐야 한다.

아무튼 담주 주말부터 홍대라기보다는 상수에 가까운 카페에서 알바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예행연습으로 혼자 오픈을 했는데 고즈넉하니 좋았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뒤로 비지엠이 깔리는 1인칭 관찰자시점에 벌써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됐고, 괜찮은 아르바이트로 용돈도 벌 수 있게 되었고

즐거운 3월을 기다리게 하는 즐거운 2월이고 즐거운 2010년이다.

 

꽃봉오리 속에도 꽃잎이 들기 시작했겠지.

Pretty Woman(1990)

 

감독 게리 마샬│출연 리차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신데fucking렐라 이야기의 대명사 귀여운 여인.

디자이너샵에서 카드를 마구 긁어댈 수 있게 해주는 팬트하우스의 잘생긴 왕자님이 나타났다.

근데 진짜 나도 한물 갔나보다.. 왕자님이 건네주는 카드보다 사랑이 더 부럽다니..

(삐삐같은 시대적인 단어를 쓴 노래가사들이 먼 훗날 언젠가 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처럼, 모든 영화가 시대를 초월하여 고전이 되기는 힘이 든다. 프리리 우먼도 그 당시에는 상큼한 아오리였지만 지금보기에는 딤채 구석에서 서너달 만에 발견된 푸석한 사과같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반부까지 리차드 기어가 입이 너무 큰.. 지금보다 더 큰 것 같은 줄리아 로버츠에게 호감의 줄타기를 할 때에, 그건 사소한 사물에게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별 거아닌 정이라며 촌스러운 따뜻함에 냉소를 쏟았는데)

클라이막스에는 내가 더 촌스럽게 결말도 뻔히 다 알면서 손에 땀까지 쥐어가며 안절부절했다. 곰플레이어 스페이스버튼을 눌러 놓고 줄리아 로버츠를 떠나지 못하게 막기까지 했다.

그런데 결국 내가 놓아 준 줄리아 로버츠를 리차드 기어가 붙잡았고

..부러웠다 ㅜㅜ

신청곡은 레이지본의 사랑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