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6일 월요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Ⅱ

정확히 4시간 30분만에 다리를 움직였더니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진짜 휘청거리더라-_-

앞머리는 커다란 삔으로 휙 뒤집어까고 코랑 같이 붙어있는거 같은 안경을 썼는데 우등생도 아닌 여주인공..

일단 하얗게 표백 된 뇌를 간신히 이고 전철에 앉았다. 음 제기랄 문제도 생각이 안나는데 내가 쓴 답이 생각날리가 없지ㅜ

그런데 그리 썩 기분이 나쁘지 않은게.. 진짜 맘속으로는 나도 모르게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ㅈ..

정줄을 잡고 솟구치는 편두통을 억누르면서 10시부터 2시 반까지 나에게 던져졌던 11개의 논술 문제를 되짚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갑자기 옆 칸에서 가죽잠바를 파는 할아버지가 건너오셨다. 

2만 5천원짜리 검정 가죽자켓을 딱 두 벌만 왼손에 걸치시고 나름 타겟을 정하여 판매를 하기 시작하셨다.

단가가 얼만지는 몰라도 하나만 팔면 70개에 천원하는 밴드 25개 파는거랑 똑같은 거라고 생각하니 참 지혜로운 판매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저게 오늘내로 팔릴까?

아무튼 1호선은 즐겁다. 변태에 술주정뱅이들이 득실거려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종종 터지는 약간 촌스럽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이렇게 피곤한 날에는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시험

일단 첫 화면에 외국계스러운 글자가 빡 뜨자마자 나의 유현목 감독님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지시고..ㅠㅠㅠ

방글라데시 출신 감독의 <진흙으로 만든 새>라는 작품이 한 12폰트스런 영어자막과 함께 상영되었다

(지금 30분 째 저 영화를 찾아헤매고 있는데 '방글라데시 감독' 치면 반두비만 뜨고 '진흙으로 만든 새' 치면 진흙오리구이전문점이 뜬다 아 시양.. 분명 2002년도 깐느 수상작이었는데? 깐느사이트에도 없다..)  

암튼, 저 영화에 딸린 문제가 7개였다.

(1) 이러한 영화를 배경과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세계영화제를 통해 보게 된다면 어떤 식의 비평을 통해 봐야하며, 이를 통해 영화유통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논하라 ㅜㅜ

(2) 진흙으로 만든 새가 나타내는 은유와 대상을 어머니가 참석한 콘서트에서 나온 노래를 포함해 서술...

(3) 한 장면을 골라 미장센이(숏의 길이, 심도 등) 무드와 액션상황, 환경에 미치는 ...

(4) 기억안남

(5) 기억안남 - 이건 한 줄도 못쓴듯..

(6)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의 차이가 나타내는...

(7) 이 영화를 통해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 종속시킬 수 있는...

 

중간에 디비디가 15분 가량 버벅거려 보지도 못하고 어수선함의 극치 속에 시험은 계속 진행되고

저 7문제땜에 패닉상태에 빠져서 줄줄이 이어지는 영어문장 1000자 요약 문제에서 버벅거리고 있는데    

새로 디비디를 구해왔다고 영화를 틀어주는 거다.. 집중력 산산조각

결국 영어지문 발해석만 겨우 끝내고 뒤에 한국영화 속 리얼리즘의 문제점 서술문제랑 텔레비전관련 서술문제(심지어 문제도 제대로 못읽었음)는 손도 못대고 셤 끝났다 망할

망할망할망할망할

내일 면접 때 교수님들께 이실직고 할꺼다.

제 논술시험지에서 느껴지는 백치미가 저의 실체입니다. 이렇게 부족하고 부족한지라 배우고 싶은 열정하나 믿고 찾아왔습니다. 꼭 뽑아서 가르침을 내려주세요 ㅠㅠ

 

겨울은 원래가 차가운 계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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