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오스 야스지로│출연 류 치슈, 이와시타 시마
90년대 초반의 KBS 일일연속극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가 비추는 딱 떨어지는 세트 속 인물들이 만들어낸 보편적인 이야기 때문이었으리라. 보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 꽁치의 맛이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머리를 분리시켜 놓으면 갈치 이외의 어떤 생선도 구별하지 못하는, 물고기에 대한 몹쓸 무관심과 무지 탓이라 해두자.
원제의 秋刀魚, 가을생선이 꽁치일테고, 저물어 가는 계절 가을은 노년으로 흘러가는 중년의 히라야마의 삶을 의미한다는 식의, 1:100에서 98명은 맞출듯한 무미건조한 해석보다는 꽁치의 맛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에서 나온 해석이 필요하다. 헌데 내 뇌는 모양은 짧은 갈치인데 맛은 고등어인 괴물물고기만 자꾸 그려낸다. 꽁치는 일상적인 맛일까, 혹은 꽁치의 맛을 깨닫는 순간 어른이 된다는 말은 없었나..
아버지는 늙어가고 자식들도 아버지처럼 소소하게 살아가며 함께 나이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사랑에 잠깐 아파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나 또한 뇌세포의 파괴됨과 나이먹음의 비례관계에 서글퍼하며 그 길목 어딘가에 서 있고. 인생은 참으로 반전이 없어 슬프고 반전이 없이 슬픈 이야기이다.
, 내일은 꽁치를 먹자.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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