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3일 토요일

절제 혹은

# 세상에는 이분되는 여러가지 부류들이 있다.

그 중에 특히 내가 경계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책을 많이 사는 사람으로의 분류.

한때 내가 책'사는'데만 꽂혀서 그 책들을 처리하느라 난독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튼 아직 그 몹쓸 습관에 항체가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아 항상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초겨울부터 난데없이 인문학강의에 꽂혀 수강신청만 하는 행태가 추가되었다.

지금 들뢰즈 토탈 40강 중에 꼴랑 2개째 들으면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으면서 수유너머에서 개강하는 강학원을 듣고 싶어 안절부절났다. 안될말이다 아니돼

올해는 닥치고 논어나 다 읽자. 스스로도 못하는 공부를 누가 시켜준다고 잘 하겠니

이럴 때는 진짜 고등학교 때 학교공부 안 할꺼면 인문학이나 철학공부라도 열심히 해놀껄, 후회가 쓰나미친다.

그리고 (이럴 때는)진짜 결혼하고 싶다. 나의 2세가 영어단어따위는 못외울지언정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하고 문화적 감수성 또한 그에 못지 않으며 仁義 를 아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생각들이 나의 욕구 불만과 겹치며 불쑥불쑥 들곤 한다.

 

# 2월 25일에 회오리바람이 개봉을 한다.

그리고 금요일부터 필름포럼에서 로빈 우드 추모 상영이 열리고 있는데, 라브 디아즈의 멜랑콜리아(무려 8시간짜리ㄷㄷ), 그리고 히치콕의 오명(을 극장에서!) 매우 보고싶다. 시네마테크 친구들영화제도 끝나기 전에 다녀와야 하는데.. 임우성 감독의 채식주의자도 완전 기다렸는데..(이상문학상에 실린 한강의 몽고반점을 좋아했었는데 진짜 헉했다.)

그런데 요즘 입만 둥둥떠서 극장에 절대 안가고 있다. 딴에는 못가는 거라고 하고 있지만 안가는거다. 이상하게 갑자기 혼자 극장에 가기가 싫어졌다.

 

# 어제 아침. 루시드폴의 알고있어요를 듣다가 진짜 리터럴리 우두커니 멈춰섰다. 레 미제라블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 좋군, 그러고 말았는데(감수성이 바닥을 칠 때였음) 친구가 파일을 보내줘서 오랜만에 다시 쭉 듣다가 마치 처음 들은냥 그렇게 참 좋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한두달 전에 이 노래를 유심히 들었었다면 정말 울어버렸을 것 같다.

내가 최근에 루시드폴을 좋아하는 남성ㅋ을 두 명 알게되었는데, 한 명은 진짜 암쏘쏘리 벗 뒤돌아서며 전화번호를 삭제해버렸는데.. 일적으로 만났지만 정말 너무도 힘들었다. "난 괜찮은 사람이야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알고"라고 혼자 외치는데 남이 보기에는 그 괜찮음이 발목에 찰랑거릴 정도도 못 되던 그 아우라..(차라리 못됐으면 확 쌩까고 말것을 착하기는 더럽게 착해서 더 난관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파일을 보내 준 다른 한명. 진짜 탐색해보고 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중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이런 욕구를 불러 일으킨 사람이다.ㅋㅋ

아무튼 참 좋다. 이 음악

 

# 난 명절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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