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김홍준│출연 최명길, 최재성
구로공단. 서울의 변두리 공단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신도림에는 사람이 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 곳은 그저 빛바래고 부식된, 낮은 회색 벽돌 건물들과 말 없는 공장들의 이름이었다. 그렇게도 어렸고 그렇게도 어렸기에 지금 이 세상을 거져 얻은 줄 로만 알았겠지.
구로공단.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짓눌린 삶의 이름.
엄마와 아빠가 세상의 전부였던 나의 그 어린시절에, 너무 엿 같고 병신같은 세상에서 가슴을 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삶들 그 앞에서, 나는 지금 어쩔 줄을 모르겠다.
서울로 유학와 고등교육을 받고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운동권에 뛰어든 아들과 어떻게든 제 앞가림만 하고 살면 되었던 딸 혹은, 무능한 집구석에서 뛰쳐나와 맨손으로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주먹질 뿐인 오빠와 밤무대 스트리퍼인 여동생.
평범하지만 감춰두어야 했던 삶들이 곪고 곪아 문드러졌던 그 시절,
지금 내 사랑의 무게만큼, 그들도 사랑을 품고 살았을 것이다.
내가 지금 안다고 이야기하고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아득해진다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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