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3일 수요일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

 

감독 강우석│출연 설경구, 정재영, 이문식, 유해진, 문성근, 김남길

 

강철중이 돌아왔다. 아니 강철중1이 돌아왔다.

과반 수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깡패가 멋있다는 통에 일일교사가 다 뭐야 성질을 있는 껏 부려보지만 그게 자격지심이라는 거, 자신도 알고 있다. 깡패라는 ‘훈장’만 달 수 있다면 추리고 추려 알맹이들만 모아도 강당을 한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넘쳐나고 전세금 5천정도 한 달이면 우습게 뽑아내는 전직 깡패들의 수입이 현실이지 않은가. 그 한가운데 강철중은 초라하기만 하다.

이번에는 학교다.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면서도 항상 안전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곳.

그러기에 끝내는 폭력과 감동이 공존할 수 있는 곳.

관객들은 학교를 찾고 싶어 한다.

친구가 교실에서 변사체로 발견이 되어도(여름이면 귀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학교는 안전한 곳이라는 전제가 우리들에게는 깔려있으니 그 불안함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은 해피 앤딩을 좋아한다.

돌아온 강철중은 강철중3이 아닌 1-1이다. 결국 강철중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강철중이 칼에 찔려도 기분이 썩 불쾌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그가 죽지 않을 것임을 아니까.

7월24일까지 전국에서 강철중을 만난 280만 여명의 관객들 중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내 앞에 주루루 앉아있는 저 여고생들이 2002년에 폐륜아를 잡던 그 강철중이를 만났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혈질에 문제아, 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강동구 강력반에 없어서는 안 될 뼛속까지 형사인 강철중은 굳이 전작들을 통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인물이자 이야기이다.

그 것 뿐이다. 피오나가 원래 저렇게 괴물이었어?라고, 잭 스페로우를 잡아간 데비 존스가 도대체 누구였더라? 라고 옆 사람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니 굉장한 시리즈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달에 오르는 도시가스 요금이 10%인지 20%인지, 촛불집회에 모인 국민의 수가 몇 만명인지 안그래도 복잡한 세상, 몇 년 전의 기억까지 끄집어내며 영화를 봐야한다는 건 너무 벅차다.

나는 이제 편안하게 극장을 나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엄마들은 우리 아들도 혹시나 검은 유혹에 빠져들지나 않을까 잠시 근심하다 치솟는 물가에 다시 현실로 돌아갈 것이고 청소년들은 다시 공부하는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강철중도 산수에게 빌린 전세금으로 이사 걱정을 덜고 기분 좋게 만 원짜리 딸기 한 팩 사들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싫든 좋든 박봉이든 당신은 형사이니까.

 

라고 했지만 내 목구멍까지 치솟은 문장은 단 한 구절,

'거 당신네들이 투자하고 당신네 극장에서 3-4관씩 차지하면서 트는데 어떻게 흥행을 못하겠어 단순하고 단순한 스토리에 자극적으로 양념 좀 하고 내용이야 어떻든 처음부터 끝까지 웃게 만든 다음 그렇게 배급하면 다 흥행합니다.'

 

하지만 맘에도 없는 소리로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 어쨌든 뻥이 들켰나보다.  

                                                                                                                                <20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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