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장선우│출연 김태연, 이상현
항상 칠판에 점을 하나 찍어놓고 1시간을 그냥 보내시던
ROTC출신의 비범한 우리 과학선생님.
역시 사람보는 눈 또한 범상치 않으셨기에 나를 매우 총애하셨다
고등학교 1학년시절이 저물어가던 어느 겨울 날,
나에게 조승우의 데뷔작 춘향뎐을 빌려오라는 지령을 내리셨다.
하지만 난 이 차갑고 건조한 겨울 친구들에게 뜨거운 영화 한편 선사해 주자 싶어 춘향뎐과 겉 색은 비슷한 장선우 감독의 문제작 거짓말을 잘 아는 비디오집 아저씨께 빌려왔다.
역시 우리 선생님 나를 믿고 교실을 비우셨고, 나는 친구들과 교실 창문을 신문지로 밀봉하고 엄청나게 큰 교육용 텔레비전으로 영화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아직도 미스테리인 우리반 학우들은 어떻게 학생이 저런 영화를 볼 수 있냐며 나를 진심으로 질책하기 시작했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뒷자리로 몰려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러거나 말거나 난 소수의 친구들과 끝까지 감상을 마치고 학교에 비디오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 그런데 이제보니 영화의 내용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렁이와 합세하여 언제 거짓말을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다시 보겠냐며 서로 다독거리며 충무로로 또 보러갔다. 아 8년만인가
국내 최초 무삭제 일반관객 상영이라는 벅차오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내용이 마치 처음 본 영화처럼 너무도 생소해 달파란의 그토록 신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난 잠이 들어 버렸다. 깨어보니 고등학생 김태연은 온데간데 없고 곡괭이를 들고 브라질에 간다며 화면을 가득 매운 다 큰 김태연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10년 뒤에 30대가 되면 졸지말고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아직까지 장정일은 또라이같다라는 생각밖에 잘..
<2008.09.16>
댓글 없음:
댓글 쓰기